[국립중앙박물관 소장] #6 화병_청련향
#6
화병
'꽃이 아름답다'라는 생각은 우리에게 참으로 익숙합니다. 이를 담는 화병은 어쩌면 꽃이 빛날 수 있도록 곁에서 소박하게 빛을 내야 할 텐데요. 여기 일제강점기 유리화병이 있습니다. 푸른빛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맑은 빛이 인상적이에요. 그 표면에 사람의 형상이 음각되어 섬세함이 빛납니다.
꽃이라는 정적인 사물에 생기를 더하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소리와 가락이 어우러진 잔치에서 볼 수 있는 악공과 칼춤을 추는 기생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화려한 꽃과 잎사귀를 감싸는 맑은 빛의 유리병은 신비로운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이제 화병의 기능성과 상징성을 살펴보겠습니다. ( •̀ ω •́ )✧
다른 명칭 琉璃花甁, 유리 화병
전시 명칭 화병
국적/시대 한국 - 일제강점
재질 유리/보석 - 유리
분류 주생활 - 생활용품/가전 - 장식용구 - 화병
크기 높이 31.5cm, 최대지름 25.8cm
소장품 번호 신수 459
전시 위치 기증Ⅰ
1. 기능성
위의 유리 화병은 투명하여 꽃과 꽃의 줄기 부분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점이 기존의 백자로 제작되었을 화병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일 것입니다. 또 화병의 입구가 넓게 펼쳐지는 모습이라 꽃을 담는다면 좁은 입구를 가진 화병과 달리 부채처럼 펼쳐질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 따라 더욱 화려한 시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소재가 가지는 특성을 살려 화려한 꽃과 균형을 이루는 '어울림'을 성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화병의 최하부는 소반의 다리를 닮은 굽이 있어 쉽게 쓰러지지 않을 안정감을 주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큼직한 모란이나 국화와 같은 겹꽃을 담아도 안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홑꽃과 겹꽃 모두 어울리니 실용성이 고려되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병의 넓적한 유리 표면은 종이와 비단과 같은 화폭이 되어 음각으로 장식이 가능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기에 청색 안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던 기존의 특성이 다른 소재의 작품에서도 계승되고 있습니다. 다만 유리라는 소재에 효과적인 음각기법을 행한 점이 다릅니다. 소재에 적합한 재료와 표현법을 구사한 것으로, 만든 이의 세밀하고 정확한 기질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합니다. ;)
2. 상징성
화병의 몸체가 이루는 윤곽은 술을 담는 잔을 닮았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화병에 담긴 물이 마치 술을 연상하도록 합니다. 또 술병에 담긴 꽃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니 음식과 술판이 벌어지는 광경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쌍검대무를 행하는 기생 둘과 악공을 새긴 모습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을 좁힐 수 있습니다. 이때 화병의 면과 반대되는 곳에 새겨 넣어 공간감과 더불어 역동감을 잘 살렸고요. 즉 즐겁게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연회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장식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던 화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화병이 일제강점기에 제작되었다는 점에 따라 유리 화병 표면에 묘사된 악공과 기생은 장악원의 악공이라기보다는 경술국치 이후의 이왕직아악부 소속의 이들을 보고 묘사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묘사된 악공이 연주하고 있는 악기는 일곱 종류로 동시에 연주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떠들썩한 잔치에서 칼춤을 추는 기생 두 명, 그리고 꽃. 화려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연희가 '투명ㅎ 유리'라는 20세기의 소재에 가두어져 보여 '심리적 괴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투명한 재질감에 따라 눈물과 술이 동시에 아른거리는 묘한 인상을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일제강점기의 유리화병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잠시 시간 여행을 한 듯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만나요.

이상 청련향이었습니다.